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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스승님?"
오늘은 교내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미카 혼자 하교를 하는 날이었다. 그의 스승인 슈와 함께 귀가 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오늘 아침, 슈는 의뢰 받은 의상을 오늘 내로 마무리 해야한다며 미카에게 먼저 돌아가라는 말을 건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구마. 그리 생각했다. 그리고 딱히 수예부실에 들러보지도 않고-가더라도 결국 축객령을 들을 것이 뻔했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친한 친구인 아라시는 연습이 있다며 나이츠 멤버들과 연습실에 틀어박힌게 한참 전이었다.
피로라든지 고통을 잘 못느끼는 몸임에도 꽤나 찌뿌둥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지쳤나보다. 어서 들어가서 자야겠다. 미카는 길게 하품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고, 이젠 어깨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가방을
대충 벗으며 안으로 들어가, 거실에 있는 슈와 시선이 마주쳤다. 미카의 어깨가 파드득 떨렸다.
"의, 의뢰땜시 늦는다카지 않았나??"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는 것이다. 흥. 너야말로 꽤 늦은 게 아니냐, 카게히라."
"응아, 평소보다 늦게 끝나긴 했제..."
알바하다가 잠깐 딴 생각을 해뿟다. 어눌하게 웃으며 뺨을 긁적이자 슈는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미카의 상태를 살피듯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던 슈의 시선이, 미카의 가슴팍에서 멈췄다.
"칠칠맞지 못하긴. 여태 단추를 그 모양으로 달고 다닌게냐?"
"응아?"
급히 슈의 시선이 멈춘 곳을 살피자 교복 자켓의 맨 윗 단추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달랑거리고 있었다. 미카가 허둥지둥 단추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보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알바하다가 이리 돼뿟나보다..."
"쯧. 다시 달아줄테니 벗어라."
"으응, 미안타 스승님..."
"미안하다는 말은 됐다."
어투는 냉랭하지만 미카의 교복 자켓을 받아드는 손길은 상냥하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미카는 그저 속으로 웃으며 슈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바느질을 하는 슈의 손을 바라보는 것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은 맨손도 예쁘지만, 실이 꿰인 바늘을 잡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손도 예쁘다. 여자의 손과는 다르게 단단하고, 크고, 훨씬 단단한 손이지만 그의 손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예쁘다 말고는 없는 것같았다.
누군가 미카가 슈의 손을 보며 하는 생각을 듣게 된다면 질린다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아마 미카는 그 사람에게 슈의 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계속해서 떠들어댈 터였다. 그만큼 미카는 슈가 좋았다.
미카가 귀가했을 때는 이미 노을이 붉디 붉게 내려앉아있었기에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그에 비례해 단추도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스승님은 저녁 먹었을랑가? 단추를 다 단 후에는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해도 될까? 미카가 행복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낮고 길게 진동했다.
전화였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미카는 그대로 멈춰섰다.
슈는 떨어진 단추 외에도 자켓의 헤진 곳을 발견해 그 부분을 다듬고 있었다.
미카의 눈이 정처없이 흔들린다. 어라? 어라? 응아? 이게 대체 뭔 일이가? 핸드폰의 진동은 멎질 않고 화면은 쉴새없이 빛을 내며 반짝였다.
핸드폰의 진동으로 인해 미카도 슈도 미카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내 잠만 전화 받고..."
슈는 그렇게 하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는 쇼파에서 일어나, 슈에게서 등을 돌리고, 다시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 발신자 :: 스승님 》
그와 동시에 핸드폰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전화가 끊겼다. 미카는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며 통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전원 버튼을 눌렀고,
< 카게히라!!!!!!!! >
익숙한 목소리가 미카를 불렀다.
극적인 타이밍이었다. 미카가 전원 버튼을 누르기 바로 직전에 전화가 걸려왔고, 이미 눌린 버튼은 막을 새도 없이 전화를 연결했다.
잠시 일이 있어 반 친구들과 한 통화 때문에 통화음을 최대로 해두고 다시 줄여두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지 않아도 상대방의 목소리가 아주 잘 들렸다.
스승님도 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 카게히라, 카게히라!!!! 대답해라 카게히라!!!!!! >
"...스승님...?"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울리는 슈의 목소리가 어찌나 처절하던지 미카는 저도 모르게 거기에 대답하고 말았다. 등 뒤에 있는 슈를 의식한 건 바로 그 직후였다.
< 너, 너 지금 어디에 있는 게냐. 학교? 집? >
"집...에 있는디..."
근디 스승님 지금 내 뒤에 있지 않나? 머릿속으로만 한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낸 모양이었다. 스피커 속의 슈가 흡, 하고 숨을 한순간 멈췄다.
< 당장 거기서 나와라!!!!! >
"응아...?"
< 지금 너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 쪽에 있는 건 가짜다!!! 당장 집 밖으로 나와!!! >
뭐?
미카는 숨을 들이쉬고,
"요즘은 별 웃기지도 않는 장난전화가 판을 치는군."
내뱉는다.
끼긱거리는 소리가 날 것만같은 어색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렸다. 슈는 막 자켓의 수선을 마무리하고 재봉가위로 실을 잘라내는 참이었다. 막 베란다 쪽을 지나는 달빛이 커튼을 가르고 거실 안쪽으로 파고 들어와서, 유난히도 가위의 날이 반짝여 보였다.
"끊거라, 카게히라."
< 내 말을 제대로 들은 거냐? 당장 밖으로 나와라, 카게히라!!! >
"대응할 가치도 없는 질 낮은 장난이란 것이다."
< 그 놈에게 대응해서는 안돼!!! >
미카의 색이 다른 양 눈동자가 핸드폰과 쇼파에 앉은 슈의 사이를 정처없이 헤맨다.
Q. 진짜 이츠키 슈는 누구일까요?
